마을 사람들은 그 집을 "저주받은 집"이라 불렀다. 수십 년 전, 그곳에 살던 가족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후로 아무도 그 집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고, 이사를 온 사람들도 몇 주 안에 짐을 싸서 떠나버리곤 했다. 특히 밤이 되면 집 안에서 이상한 속삭임과 발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나는 항상 그 이야기가 허풍일 거라고 생각했다. 도시에서 온 나는 할로우 거리의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그 집을 임대하기로 했다. 이사 첫날, 집 안은 생각보다 깨끗했고, 벽난로 근처에는 누군가 최근까지 지냈던 흔적도 보였다. 이상하게도 집 안엔 먼지도 거의 없었고, 모든 가구가 원래 제자리에 있는 듯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밤마다 창밖을 보니 정원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계단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에는 바람이나 나무의 움직임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그 느낌은 점점 더 강해졌다. 마치 누군가가 집 안에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느 날 밤, 나는 거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고, 벽난로 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기의 기운이 집 안을 휘감더니, 벽에 걸린 낡은 거울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내 뒤에 있어서는 안 될 그림자가 서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그 집에 머물 수 없었다. 짐을 챙겨 급히 집을 떠났고, 그날 본 그림자의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다시는 그 집 이야기조차 꺼내지 않았다. 할로우 거리 17번지, 그 집은 지금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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