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마을 골목 끝, 고풍스러운 간판이 달린 시계방이 하나 있었다.

"에밀 시계공 -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곳을 '시간의 집'이라 불렀다. 시계공 에밀은 80이 넘은 노인이었지만, 누구보다 정밀한 손놀림으로 고장 난 시계를 되살려냈다. 그러나 어느 날, 에밀은 아무런 말 없이 사라졌고, 시계방은 그대로 닫혔다. 마을 사람들은 그저 죽음을 맞이한 것이라 여겼다.

나는 에밀의 손자였다. 에밀이 죽기 전, 내게 이상한 편지를 남겼다.
"시간은 선물이며, 감춰야 할 비밀이다. 만약 내가 사라지면 시계방 뒷벽을 열어라."
그 편지를 받고 몇 달을 망설이다가, 나는 결국 시계방으로 향했다. 먼지를 뒤집어쓴 오래된 시계들이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뒷벽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문이 있었다. 나는 열쇠 꾸러미 중 하나로 그 문을 열었다.

그 문 뒤에는 예상치 못한 방이 있었다. 벽마다 정교한 도면과 낡은 책들이 가득했고, 방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기계장치가 있었다. 마치 커다란 시계처럼 톱니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시침과 분침이 가리키는 시간은 현실과 달랐다. 그리고 책상 위에 남겨진 메모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시간은 수정될 수 있다. 그러나 대가가 따른다."

나는 메모를 따라 장치를 작동시켰다. 갑자기 방 안의 모든 시계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고, 눈앞이 뒤틀리며 낯선 장소가 펼쳐졌다. 1910년, 이 마을의 모습이었다. 시계공으로 젊은 에밀이 거리에 서 있었고, 그는 곧 어떤 남자에게 쫓기기 시작했다. 나는 충격에 휩싸인 채, 그 장면을 지켜봤다. 에밀은 시간을 조작해 어떤 사람의 죽음을 막으려 했고, 그로 인해 역사 전체에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기계는 에밀이 만든 시간여행 장치였던 것이다. 그는 시간을 고치려다, 자신이 시간에 잡아먹힌 것이었다.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와 시계방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편지의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