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하늘이 무너진 건, 2094년 11월 3일이었다.

하늘 전체가 붉게 타오르며, 정체불명의 낙하물이 세계 전역을 강타했다. 정부는 그것이 소행성 파편이라고 발표했지만, 우리는 곧 알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그들의 예고장이었다.
그날 이후, 세상은 '전과 후'로 나뉘었다. 우리는 첫 번째 충격을 '붉은 낙하'라 불렀고, 그로 인해 지구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5년 동안, 인류는 무너진 도시 위에 숨을 쉬는 법을 배워야 했다.
모든 위성은 침묵했고, 통신은 끊겼으며, 하늘은 항상 희뿌옇게 빛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시 길을 만들었고, 전기를 복구했으며,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두 번째 하늘이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2099년 6월 18일.
하늘은 다시 열렸다. 이번엔 불이 아니라 소리로.
온 세상 스피커에서 동시에 들린 메시지.
"지구, 실험 종료. 저항 없는 자들부터 수거 시작."
우리가 지난 5년을 ‘생존’이라 믿고 살아온 시간은, 그들에게는 관찰 대상의 반응 분석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그날, 어머니를 잃었다.
그리고 내가 속한 생존자 그룹의 절반도.
두 번째 하늘의 붕괴는 물리적인 파괴가 아니었다. 정신과 정체성의 해체였다.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의심하게 되었고, 매일 누군가가 “내가 진짜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제 폐허 위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
무너진 건 하늘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모든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매일 다짐한다. 세 번째 하늘이 무너지기 전에, 그들에게 우리가 실험 대상이 아닌 존재임을 보여주겠다고.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