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7년, 인간의 기억은 디지털화되었다.

의학적 치료부터 범죄 수사, 엔터테인먼트에 이르기까지 기억은 더 이상 개인의 고유 자산이 아닌 편집 가능한 정보가 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들이 있었다 — 기억 건축가.
그들은 타인의 기억 속을 들여다보고, 때로는 고치고, 때로는 지워주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특수 케이스만 맡는 ‘내부 재건 전문가’였다.
사고, 트라우마, 혹은 스스로 감추고 싶은 진실.
의뢰인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그 기억만 없으면,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기억을 없앤다고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걸.
진짜 문제는 항상… 기억 너머에 있다.

어느 날, 정부 기관으로부터 비밀 의뢰가 들어왔다.
한 정치인의 기억 속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장면”이 있다는 것.
나는 기억에 접속했고, 거기서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 바로 나였다.
그 장면 속의 나는 그 정치인과 어딘가에서 거래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기억을 가진 적도, 그런 일을 한 적도 없었다.

충격에 휩싸인 채 시스템을 다시 분석하자, 나는 단서를 발견했다.
기억은 단순히 편집된 게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위조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설계자의 ID는 내 것과 99% 일치했지만, 완전히 같지는 않았다.
나는 깨달았다 — 누군가가 **나의 기억을 베껴 만든 가짜 '나'**를 조작에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기억을 찾기 위해 나는 내 기억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 관계, 내 삶 전부가 진짜일까?
기억을 설계하는 자는 결국 가장 먼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건축가가 아닌, 기억의 미로에 갇힌 유령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