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숲 속, 사람들은 그곳을 ‘뼈의 과수원’이라 불렀다.

수많은 뼈들이 땅에 묻혀 있고, 그 위로 기괴한 열매들이 자라나는 곳.
과수원의 주인은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모두가 그 존재를 알고 두려워했다.
그녀는 바로 ‘뼈의 과수원 여왕’이었다.

어느 날, 마을의 어린 소녀 하나가 실종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가 여왕에게 잡혀간 것이라 믿었고, 용감한 청년 아렌이 과수원으로 향했다.
아렌은 무거운 마음으로 뼈와 열매 사이를 지나며, 여왕의 흔적을 찾았다.

과수원 한가운데서 아렌은 그녀를 만났다.
피부는 하얀 뼈처럼 투명했고, 눈은 깊은 밤처럼 검었다.
여왕은 말했다.
“내 과수원에선 죽음이 새 생명을 부른다. 너희가 두려워하는 것은, 변화의 시작일 뿐.”

아렌은 여왕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그는 과수원이 단순한 저주가 아니라, 오래된 자연의 순환임을 깨달았다.
뼈들은 새로운 생명의 거름이 되었고, 열매들은 마을에 치유를 가져다주었다.

여왕은 아렌에게 선택을 제안했다.
과수원의 비밀을 지키고, 마을과 자연의 균형을 수호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불태울 것인지.
아렌은 깊은 고민 끝에 과수원의 수호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날 이후, ‘뼈의 과수원’은 마을 사람들에게 신성한 장소가 되었다.
여왕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생명의 순환을 지키는 수호자로 기억되었다.
죽음 속에서 피어나는 삶의 의미를, 모두가 새롭게 배워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