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낡은 폐허 속에서 들린 목소리는

바람이 만든 환청이 아니었다.
그건 오랜 세월 동안 반복되어온 이야기의 파편,
사라졌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누군가의 흔적이었다.

나는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벽 너머에서, 땅 아래에서, 꿈 속에서 들려오는 낮고 흐릿한 울림.
그건 분명 누군가의 삶이 남긴 메아리였고,
우리는 그 위를 조용히 걷고 있었다.

사람들은 종종 잊는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이 언어, 우리가 걷는 이 길,
우리가 품는 이 감정들이
수많은 과거의 반복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새로운 존재처럼 살아가지만,
우리 안에는 오래전 수백만 번 반복된 목소리들이 살아 있다.
사랑, 분노, 후회, 용서…
그 모든 감정들은 전해지고, 되풀이되고, 메아리친다.

나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처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말을 다시 이어 부르는 존재라는 것을.
우리가 남기는 말들 또한 또 다른 메아리가 되어
미래의 누군가에게 속삭일 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제 나는 말한다.
가볍게 내뱉지 않고, 조심스레 이야기하며 살아간다.
우리는 메아리니까.
과거의 메아리이자, 누군가의 미래가 될 울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