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달이 떠오르는 밤엔 문을 잠그고,
거울을 덮고, 어떤 소리에도 반응하지 말라고.
그날은 '열병의 달'이라 불렸고,
그 아래선 절대 이성을 믿을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믿지 않았다.
문명 속에서 살아온 내게
그런 미신은 먼 옛날의 잔재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 밤, 붉은 달이 떠오르자
몸속에서 낯선 열기가 피어올랐다.
처음엔 단순한 발열 같았다.
하지만 곧 기억이 뒤엉키고,
숨소리는 낯설고,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내 안에 또 다른 존재가 깨어나는 듯했다.
그건 병이 아니라, '변화'였다.
창밖을 보니 다른 집들에도 불이 꺼져 있었다.
모두 알고 있는 듯,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마을에 사는 이들은 모두
한 번쯤 '열병의 달'을 지나온 자들이라는 걸.
그날 밤 나는 달을 올려다보며
마지막으로 인간의 이름을 속삭였다.
그리고 그 이름은 달빛 속으로 사라졌다.
고요한 밤, 모든 것이 다시 태어났다.
열병 달이 떠오르면, 진실은 드러난다.
우리가 숨겨온 본성, 잊은 기억, 그리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경계 너머의 나.
그 달빛 아래, 나는 이제 더 이상
‘예전의 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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