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1996)는 그의 첫 장편소설이자, 한국 문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입니다. 제목부터 강렬한 이 소설은 죽음과 예술, 그리고 자기 파괴의 욕망이라는 철학적·실존적 주제를 다루며,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어둠과 욕망을 매우 독창적이고 차가운 문체로 탐구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소설의 화자는 이름 없는 **‘자살 안내인’**입니다. 그는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더 아름답고 예술적인 죽음’을 설계해 주는 일을 하며, 일종의 내레이터로 작품 전반을 관통합니다. 작중 그는 두 남자(형제)와 그들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여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인간이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심리와 욕망을 그려냅니다.
이 작품에서 죽음은 단순한 종결이 아니라 **‘예술적 행위’**로서 제시됩니다. 화자는 자살을 일종의 창작으로 바라보고, 삶을 끝내는 행위를 마치 ‘작품 완성’처럼 묘사합니다. 이는 기존 한국문학에서 보기 어려웠던 파격적인 시각으로, 죽음을 개인의 선택이자 미학적 문제로 끌어올립니다. 김영하는 이를 통해 삶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독자에게 불편하지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소설은 90년대 서울의 도시적 풍경과 정서를 배경으로 합니다. 차가운 도시, 소외된 개인, 익명성과 소비문화 속의 인간을 담담히 묘사하며, 당시 젊은 세대가 겪던 실존적 공허와 자의식을 반영합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선언적인 제목은, 단지 죽음의 권리뿐 아니라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통제할 권리에 대한 은유로도 읽힙니다.
김영하의 문체는 간결하고 차갑지만, 그 속에 섬세한 감정과 철학이 깔려 있습니다. 무심하게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인물들의 내면과 시대적 공허를 섬세하게 포착해, 독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주는 동시에 깊은 불편함을 안깁니다. 이 때문에 작품은 출간 당시 ‘한국 문학의 새로운 충격’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단순히 자살을 미화하는 소설이 아니라, 삶과 죽음, 자유와 예술의 본질을 묻는 실존주의적 텍스트입니다. 김영하는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공허 속에서 방황하는 개인의 욕망과 선택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지금까지도 여전히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문제작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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