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낡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편지의 봉투엔 익숙한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제의 너에게.” 순간, 그의 심장이 멈춘 듯했다. 그것은 몇 년 전, 헤어진 연인 수아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편지를 펼치자, 종이에서 희미한 향수가 퍼졌다. “지훈아, 이 편지를 읽는다면 나는 이미 먼 곳에 있겠지. 하지만 괜찮아. 우리는 어쩌면 처음부터 서로의 ‘내일’이 될 수 없었던 사람일지도 몰라.” 문장을 따라가며, 지훈은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함께 걷던 거리, 카페 창가에서 웃던 얼굴, 그리고 마지막으로 등 돌리던 순간까지. 모든 장면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존심이 사랑보다 앞섰고, 미안하다는 한마디조차 삼켜버렸다.
시간은 흘렀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날에 멈춰 있었다. 세상은 바뀌었고 사람들도 떠났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어제의 너”가 살아 있었다. 그 사실이 때로는 따뜻했고, 때로는 고통스러웠다.
지훈은 펜을 들어 조용히 답장을 썼다. “수아야, 어제의 너에게. 나는 이제야 네 편지를 읽었어. 그리고 늦게나마 말할게. 미안했고, 고마웠어. 덕분에 나는 지금의 나로 살고 있어.” 글을 마친 뒤, 그는 편지를 접어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가을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비가 멈추고 햇살이 비쳤다. 지훈은 마지막으로 속삭였다. “이제, 어제의 너는 내 마음 속에서 편히 쉬어도 돼.” 그렇게 그는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슬프지 않았다. 어제를 떠나보내야 비로소 내일이 올 수 있다는 걸, 그는 이제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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