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하나는 같은 꿈을 꾸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그리고 그 위를 걷는 자신. 물은 차갑지 않았고, 파도는 부드럽게 발끝을 감쌌다. 그러나 아무리 걸어도 해안선은 보이지 않았다. 그 바다는 현실이 아닌, 마음속의 어떤 그리움이 만들어 낸 세계였다.

꿈속의 바다에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이름도, 목소리도 없었지만, 하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사람. 오래전에 이별의 파도에 휩쓸려 떠나보낸 사랑이었다.

현실에서 하나는 바다 근처의 작은 카페에서 일하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바람이 스며들 때면, 그녀는 본능적으로 바다 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늘 같은 풍경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알 수 없는 속삭임이 들려왔다. “오늘 밤에도, 바다에서 기다릴게.”

그녀는 점점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잃어갔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바다를 걸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자신이 꿈속에 있는지, 깨어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평화로웠다.

어느 날 새벽, 하나는 결심했다. “이제, 나도 그 바다로 갈게.” 그렇게 말하고 잠이 들었다. 그날 밤, 그녀는 다시 바다 위에 서 있었다. 이번엔 그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이제 괜찮아. 여기서 쉬어.” 그녀는 그 손을 잡았고, 파도는 조용히 둘을 감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