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린은 달빛 아래에서 그를 처음 만났다. 그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동자를 지닌 남자였고,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누구예요?” 그녀가 묻자, 그는 미소 지었다. “달이 내 이름을 잊은 지 오래라 부를 이름이 없어.” 그때부터 아린의 밤은 달의 이야기로 가득 찼다.

그는 매달 보름날마다 나타났다. 달이 가득 찰 때, 어김없이 아린의 창문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은 함께 달을 바라보며,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나눴다. “달은 인간의 소원을 듣지만, 대신 기억을 가져가.” 그가 그렇게 말했을 때, 아린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 기억을 전부 가져가도 좋아요. 당신을 잊지 않는다면.”

시간이 흘러 어느새 계절이 바뀌었다. 아린은 달이 뜨지 않는 날이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달빛이 사라진 하늘 아래에서 그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보름이 되던 밤, 그는 다시 나타났지만 눈빛은 슬펐다. “이제 곧 나는 돌아가야 해. 달의 주기가 끝났거든.”

아린은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럼 나도 같이 가면 안 돼요?”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달은 인간의 영혼을 품을 수 없어. 대신…”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에 빛 한 조각을 남겼다. “이 빛이 사라지기 전까지, 나는 너를 비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