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오래된 카페 창가, 바람이 스며드는 자리였다. 사람들은 그를 ‘기억 속 사람’이라 불렀다. 아무도 그가 누구를 기다리는지 몰랐지만, 모두 알고 있었다. 그가 기다리는 사람은이미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그녀는 5년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두고, 마주 앉을 자리에 빈 컵을 놓았다. “오늘도 왔어요.” 그렇게 말하면, 이상하게 공기가 따뜻해졌다. 마치 그녀가 여전히 곁에 앉아 있는 것처럼.

밤이 되면 카페의 불이 꺼졌다. 그러나 창문에는 두 개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람들은 종종 그 모습을 보고 “귀신이 나온다”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그는 웃었다. “그건 귀신이 아니에요. 사랑이에요.” 그에게 그녀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다만, 세상에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가끔 그는 공중에 손을 내밀었다. 그러면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순간, 바람이 잠들고, 시간도 멈췄다. 그 짧은 온기가 사라질 때마다 그는 속삭였다. “조금만 더, 이번 생이 끝날 때까지만 함께 있어요.” 그녀의 유령은 아무 말 없이 미소 지었다.

계절이 바뀌고, 카페는 문을 닫았다. 이제 그가 머물 곳은 없었다. 마지막 날 밤, 그는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았다. 커피 두 잔을 앞에 두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그만 보내드려야겠죠.” 그 말에 공기가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마워요. 사랑했어요.”

아침이 되자, 카페 안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두 잔의 커피가 식어 있었고, 창문에 희미하게 남은 손자국 두 개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지우지 않았다. 누군가는 그 자리를 지나며 조용히 말했다. “아직도, 사랑은 여기에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