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시계탑은 누구에게도 무관심하지 않았다. 매 정각, 묵직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면 사람들은 순간 멈춰 서서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는 속삭임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존재했지만, 들은 자는 곧 침묵했다.
전설에 따르면 시계탑은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니라, 시간을 감시하는 자들의 안식처였다. 그들은 세상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과거와 미래 사이를 지키는 자들이었고, 속삭임은 바로 그들의 언어였다. 오직 선택받은 자만이 그 목소리를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루나는 외딴 골목의 책방에서 일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평범한 소녀였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시계탑 근처를 지나던 그녀는 분명히 들었다. 바람도 없는데 무언가가 낮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루나…” 그 순간부터 그녀의 시간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그녀는 시계탑에 이끌리듯 발걸음을 옮겼고, 닫혀 있던 문이 이상하게도 열려 있었다. 낡은 계단을 하나씩 오를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마치 환영처럼 떠올랐다. 낯선 사
탑의 꼭대기에 다다르자, 거대한 시계 장치 뒤편에서 희미한 빛과 함께 목소리가 또렷해졌다. "우리는 너를 기다려왔다." 시계 속에서 나온 목소리는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간 그 자체가 말하는 듯한, 무겁고도 차분한 울림이었다. 루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자신은 선택받은 자였고, 이제 그녀의 시간이 시작된다는 것을.
시계탑 속 속삭임은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기억이고, 경고이며, 또 다른 시작이다. 루나는 이제 시간을 걷는 자가 되었고, 세상이 모르는 균열을 지키는 자가 되었다. 시계는 여전히 돌고 있다. 그리고 누군가는 또 다른 속삭임을 들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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