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지고, 바다는 붉게 물들었다.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경계선 위로 피처럼 짙은 파도가 밀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그 조수에 다가가지 않는다. 오랜 전설 속에는, 진홍빛 조수가 몰려오는 날이면 바다 아래에서 무언가 깨어난다고 전해진다.
어릴 적부터 리나는 그 이야기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항상 경고했다. “그 날 바다에 가까이 가지 마. 조수는 기억을 삼키고, 영혼을 끌어당겨.” 그러나 리나는 늘 궁금했다. 바다 아래에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진홍빛 조수가 다시 돌아온 밤, 리나는 혼자 바닷가로 나아갔다. 파도는 평소보다 느리게,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해변에 섰고, 발밑의 모래가 갑자기 떨리는 것을 느꼈다. 물결 속에서 희미한 노래가 들려왔다. 그것은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노래는 오래전 잊힌 바다의 신전과, 잃어버린 제국의 이야기였다. 붉은 조수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그 유적을 잠시 세상 위로 떠오르게 만드는 힘이었다. 리나는 그 힘에 이끌려 바다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발밑의 모래는 돌 계단이 되었고, 물은 그녀를 삼키지 않았다.
그녀가 도달한 곳은, 산호로 이루어진 궁전이었다. 벽에는 오래된 상형문자와 생명처럼 움직이는 빛의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중앙에는 시간에 침묵한 여왕의 형상이 서 있었다. 그녀는 마치 리나를 알아보는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움직였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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