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흐르고, 시간은 모든 것을 삼킨다. 강철과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도시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는 무심코 도시를 세우고 또 무너뜨리며, 그 흔적 위에 또 다른 도시를 쌓았다. 수많은 도시들이 땅 속 깊이 묻혀 버렸고, 그곳에는 우리가 기억조차 잊은 이야기들이 잠들어 있다.

고대 문명의 잔해 위를 걷다 보면, 가끔은 그 도시의 숨결이 느껴진다. 흔적은 지워져도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고개를 돌린 채 바쁘게 지나간다. 그 도시들은 우리 모두가 잊고 싶었던 과거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었다.

한때 번성했던 거리와 광장, 그리고 그 속에서 울리고 웃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이제 바람에 실려 먼 곳으로 흩어진다. 우리는 그 목소리들을 무시하고, 더 빠르고 더 높게 올라가려 했지만, 결국 그 모든 것들은 잊혀지고 묻힌다. 그리하여 ‘묻힌 도시들’은 잊힌 역사와 슬픔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묻힌 도시들 속에는 아직도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숨어 있다. 그곳은 무너진 꿈과 실패,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어서는 인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우리가 묻어버린 도시들이 결국 우리 자신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진정한 회복의 시작일 것이다.

새로운 도시가 솟아오르는 지금, 우리는 묻힌 도시들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그 잿더미 위에서 미래가 태어나고, 그 기억들 속에서 희망이 자란다. 과거를 잊는 것은 곧 자신을 잃는 것이니, 묻힌 도시들의 메아리를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우리가 묻어버린 모든 도시들은, 그 땅 속에서 여전히 살아 숨 쉰다. 그리고 언젠가, 그 도시들이 다시 깨어날 날이 올 것이다. 그날,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