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전, 대륙의 밤하늘은 매일 다른 위치에 떠오르는 방황하는 달들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었다. 조수는 불규칙했고, 마법은 통제할 수 없었으며, 인간의 생명 주기조차 왜곡되었다. 이 혼란을 끝낸 이는 전설 속 인물 **‘달을 묶는 자’(Moonbinder)**였다. 그는 달의 흐름을 고정시키고, 밤의 질서를 세운 존재로 추앙받고 있다. 그의 희생과 맹세는 이후 모든 밤의 질서의 기초가 되었다.
고대 문헌에 따르면, 달을 묶는 자는 신들과 계약을 맺고 달의 고리를 자신의 피로 연결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영원히 시간 너머의 감시자로 남았다. 그가 맺은 맹세는 단 하나였다. “달이 흐트러지는 날, 나의 후계자가 맹세를 이어야 한다.” 이 전설은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신화로 여겨졌지만, 최근 일어난 천문 현상이 이를 다시 소환하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밤하늘의 달이 서서히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두 개의 달이 동시에 떠오르는 현상까지 목격되었으며, 마법사들의 마법은 점점 불안정해지고 있다. 고대의 마법 학자들은 이를 ‘달의 결박이 약해진 징조’라고 진단하며, Moonbinder의 맹세가 다시 이어져야 할 시간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놀랍게도, 대륙 북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소녀 **릴리아(Lilia)**가 달빛 아래서 이상한 능력을 보이기 시작하며 주목받고 있다. 그녀는 말없이 떠도는 달의 언어를 이해하며, 고대 마법 진언을 직관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의 혈통과 탄생일이 Moonbinder와 연결되어 있다는 가설이 나오며, 그녀가 ‘후계자’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릴리아의 존재는 축복인 동시에 저주다. 맹세를 잇기 위해선 달과 다시 연결되어야 하고, 그것은 곧 영원한 속박과 인간성의 상실을 의미한다. 그녀는 세상의 균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운명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운명에 저항하여 새로운 질서를 만들 것인가. 그녀의 선택은 대륙 전체의 밤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달을 묶는 자의 맹세"**는 단순한 전설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운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이야기이며, 한 인간의 선택이 온 세상의 어둠을 다르게 물들일 수 있음을 말해준다. 달은 다시 흔들리고 있고, 이제는 새로운 맹세가 필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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