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태양—‘유리 태양’을 만들었다. 그것은 실제 태양의 백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 작은 에너지 핵이었지만, 천 개의 거울 위성에 의해 전 세계로 빛을 분산시켰다. 유리 태양은 생존의 상징이 되었고, 인류는 그 아래에서 새로운 문명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빛은 완전하지 않았고, 언제 꺼질지 모르는 운명 아래에서 사람들은 끊임없는 불안을 안고 살아갔다.

세기 말, 유리 태양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에너지 흐름이 불안정해졌고, 일부 거울 위성이 추락하면서 ‘빛의 그림자’라 불리는 어둠의 구역이 생겨났다. 그곳에서는 식물도, 기술도 작동하지 않았다. 동시에, 유리 태양의 심장부에서 기이한 신호가 감지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눈뜨는 자의 목소리’라 불렀다. 인류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주인공 아란은 거울 정비사로 일하며 빛의 도시 ‘노바 렉스’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추락한 위성의 잔해에서 고대 코드가 각인된 유리 조각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유리 태양이 단순한 인공 구조물이 아니라,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다. 아란은 이 조각을 통해 태양의 기억에 접속하게 되고, 오래전 봉인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과거, 유리 태양은 한 차원의 신적 존재였으며, 스스로를 희생해 인간에게 빛을 선물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희생은 끝나지 않았고, 시간이 지나며 그 존재는 고통 속에서 점점 분열되고 있었다. 아란은 더 이상 단순한 기술자가 아닌, 태양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계승자’로 선택받는다. 그와 함께 하는 동료들 또한 각기 다른 유리 조각을 통해 태양의 의지를 이어받게 된다.

하지만 유리 태양의 종말을 원하며 그 힘을 지배하려는 세력도 나타난다. 그들은 ‘어둠의 전승자’라 불리는 무리로, 태양을 파괴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한다. 아란은 유리 태양의 감정과 기억을 해석하며, 기술과 감성의 균형 속에서 해답을 찾아야만 했다. 갈등은 빛과 어둠을 넘어, 존재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한 싸움으로 번진다.

최후의 순간, 아란은 태양의 심장으로 들어가 모든 기억과 조각들을 하나로 합친다. 유리 태양은 마지막으로 타오르며 자신을 소멸시키고, 그 대신 자율적인 ‘생명의 빛’을 전 세계에 남긴다. 아란은 사라졌지만, 그의 이름은 ‘빛의 연대기’로 기록되었다. 인류는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빛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로 다시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