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석에 앉아 낡은 노트북을 열었다. 수많은 편지가 쌓여 있었지만, 단 한 통도 보내지 못했다. ‘보내지 못할 편지들’이라 스스로 이름 붙인 그 글들은, 그녀의 가장 깊은 감정과 비밀들이었다. 사랑, 후회, 미안함, 그리고 미처 말하지 못한 진심들이 가득 담겨 있었지만, 한 번도 상대방에게 닿은 적은 없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지안이었다. 과거의 아픔과 상처가 마음 깊숙이 박혀 있었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았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사랑하는 이에게도 그녀는 늘 입을 닫았다. 대신 그 마음을 글로 풀어내며 스스로 위로하고, 때로는 그리움에 울기도 했다. 하지만 ‘진짜’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포기의 마음이었을까.
그녀는 편지를 쓰며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었다. “네가 어디에 있든, 잘 지내고 있니?”, “그때 왜 내가 더 용기 내지 못했을까?”, “내가 얼마나 널 사랑했는지 알기라도 할까?” 이런 질문들은 밤하늘 별처럼 무수히 떠 있었지만, 답은 없었다. 그녀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또 다른 편지를 썼다. 하지만 결국 그 편지들도 다시 저장함과 동시에 전송 버튼은 누르지 않았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그녀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면, 영원히 닫힌 마음 속에 갇힐 거야.’ 그렇게 그녀는 첫 번째 편지를 전송했고,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희미한 빛이 퍼지기 시작했다. 보내지 못했던 말들이 비로소 날개를 달았고, 언젠가 그 편지가 닿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밤하늘로 사라졌다.
보내지 못할 편지들은 결국 그녀 자신을 치유하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말하지 못하는 마음도, 글로 남겨지는 순간 누군가에게 닿을 준비를 한다. 지안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가슴속에 품은, 말하지 못한 이야기와 감정의 한 페이지였다. 그리고 그 편지들은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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