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 가게는 오랜 세월 동안 시간 속에 묻혀 있었다. 시계공 노인은 매일 같은 시간에 가게 문을 열고, 바늘이 멈춘 시계들을 고쳤다. 그가 만든 시계는 기묘하게도 절대 늦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말없이 그를 '시간의 장인'이라 불렀고, 그 정체를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어느 날, 노인의 외손자 ‘레온’이 시계방을 찾았다. 오랜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낡은 시계들의 틱틱거림 속에서 이상한 친숙함을 느꼈다. 노인은 그에게 시계 하나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건 네 것이야. 그리고 언젠가, 모든 게 멈출 것이다. 그때 네가 다시 태엽을 감아야 해.”
레온은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내부엔 수수께끼 같은 문양과, 보통의 톱니바퀴와는 다른 정교한 구조가 숨겨져 있었다. 시침과 분침은 평범했지만, 초침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렸다. 그날 밤, 그는 시계가 스스로 돌아가는 것을 보았고, 그 순간 이상한 기억의 편린이 머릿속을 스쳤다. 마치 그는 한 번 이 삶을 살아본 적이 있는 듯했다.
며칠 후, 시계공 노인은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마을 시계탑의 종이 멈추고, 모든 시계가 같은 시각을 가리켰다 — 11시 11분. 그 순간, 레온의 손목시계에서 작은 문이 열렸다. 안에서 나온 고리는 빛을 발하며 그의 손가락에 걸렸고, 그와 동시에 시계방의 모든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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