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기 전, 이 세계에는 ‘소금의 왕국들’이 존재했다. 그 왕국들은 말 그대로 소금으로 지어진 성벽과 탑, 다리로 연결된 도시들이었다. 낮에는 태양빛에 눈부시게 반짝였고, 밤에는 달빛 아래 희미하게 녹아내렸다. 그들은 바다의 신과 맺은 오래된 계약에 따라, 물에 닿지 않는 한 영원한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번영은 대가를 요구한다. 소금의 왕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하늘에서 비를 훔쳐 내리지 못하게 막았고, 바람의 길을 틀어 백성들을 메마른 땅 속에 가두었다. 농작물은 시들고, 아이들은 물 한 방울 없이 태어났다. 왕국은 아름답지만, 생명 없는 유리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소금은 단단했지만, 삶은 점점 부서지기 시작했다.

그때, 한 소녀가 나타났다. 이름은 나세라. 그녀는 바다와 하늘 사이에서 태어난 존재였다. 바다의 소금과 구름의 물방울을 동시에 지닌 아이.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했고, 왕들은 그녀를 추방했다. 하지만 나세라는 알고 있었다. 이 왕국들을 지탱하는 진짜 힘은 소금이 아니라, 소금 위에 남겨진 눈물이라는 것을.

어느 날, 나세라는 대지 위를 걸었다. 그녀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소금의 땅은 젖어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물이 떨어지는 곳마다, 성벽은 균열을 일으켰고 탑은 무너져 내렸다. 바다의 신은 마침내 눈을 떴고, 오래된 계약을 파기했다. 파도가 밀려오고, 왕국은 순식간에 허물어졌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놀랍게도, 소금보다도 더 단단한 대지와 생명의 씨앗이 숨어 있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비를 맞으며 울었다. 나세라는 사라졌지만, 그녀가 남긴 흔적은 땅속 깊이 새겨졌다. 무너진 소금의 왕국 위에는 새로운 나라가 세워졌고, 그 도시는 물과 흙, 눈물과 웃음으로 지어졌다. 사람들은 소금을 소중히 여기되, 다시는 그것을 왕좌 위에 올려놓지 않았다.

지금도, 바닷가 절벽 위에 서면 하얗게 부서진 소금 조각들이 반짝인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것은 잊혀진 왕국의 유산이자, 오만의 조각들이라고. 그리고 그 옆에 자라는 풀들은 속삭인다. "진짜 왕국은, 무너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무너진 뒤 다시 피어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