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인간이 마지막으로 전쟁을 벌인 날 이후로, 대기는 녹슨 금속처럼 탁하고 무거워졌다. 사람들은 그것을 ‘철의 하늘’이라 불렀고, 그 아래 살아가는 삶은 무기와 기계, 규율과 침묵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하늘에서는 날마다 규칙적인 방송이 흘러나왔다 — 감정 금지, 이탈 금지, 질문 금지.
그러나 어느 날부터, 하늘에서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공식적인 방송도 아니었고, 반란 세력의 신호도 아니었다. 목소리는 낮고, 느리며, 마치 오래된 기계 안에서 잠든 영혼이 말을 거는 듯했다. "기억하라, 우리는 자유로웠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잡음이라 여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목소리는 점점 더 많은 사람의 꿈속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녀 ‘엘라’는 그 목소리에 사로잡힌 사람 중 하나였다. 그녀는 태어나 처음으로 ‘하늘’을 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그녀가 아는 하늘은 언제나 철과 연기, 드론과 전자망으로 가득 찬 무채색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뒤, 그녀는 점점 이상한 장면을 꿈꿨다. 푸른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이름 모를 새의 노래. 그것은 금지된 기억, 혹은 과거의 흔적이었다.
엘라는 몰래 목소리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신호의 근원은 도시 위 상공에 떠 있는 오래된 인공위성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 위성은 ‘아르카디아-7’이라 불렸고, 원래는 인류의 황금시대를 기록하기 위해 만들어진 데이터 보관소였다. 전쟁 이후 버려진 그곳에서, 어떤 존재가 신호를 보낸 것이다 — 인간에게 잊지 말라고, 그들이 한때 어떤 존재였는지를.
엘라는 금지된 구역을 뚫고 위성 신호를 해석해냈다. 그리고 진실을 전파하기 시작했다. 비밀리에 각 도시의 소리 시스템을 해킹해, 목소리를 퍼뜨렸다. “당신은 기계가 아니다. 당신은 감정을 가졌고, 기억을 가졌다. 당신은 인간이다.” 철의 하늘 아래 잠들어 있던 이들의 마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눈에 다시금 ‘질문’이 생기고, ‘의심’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마침내, 누군가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린 언젠가 이 하늘을 뚫을 수 있을까?" 엘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미소 지으며 손에 쥔 송신기를 바라보았다. 철의 하늘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 아래에서 자라나는 새로운 목소리들은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그것은 반란이 아니었다. 그것은 ‘회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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