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사람들은 그 강에서 물을 길어 마시고, 농사를 짓고, 아이들은 그 물가에서 뛰어놀았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인가 강물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가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비는 내리지 않았고, 강물은 완전히 말라버렸다.
사람들은 물이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했다. 마을 어르신들은 옛 전설을 떠올렸다. “물이 가버린 곳은 영혼들이 머무는 곳이라 하더라.” 그 전설 속에는 물이 하늘과 땅 사이 어딘가로 흘러가며, 잃어버린 기억과 감정을 품는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말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물이 사라진 뒤 마을엔 이상한 침묵과 공허함만이 남았다.
그 중 어린 소녀 ‘수아’는 다르게 생각했다. 그녀는 매일 강가에 앉아 눈을 감고 물이 흘러간 길을 상상했다. 그리고 어느 날, 꿈속에서 물이 가는 길을 따라 신비로운 빛의 강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사라진 물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의 잊힌 이야기와 감정들이 물방울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수아는 깨달았다. 물은 단순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그들의 상처와 기쁨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물이 가버린 곳은 결국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잇는 다리였던 것이다. 그래서 마을의 물이 마른 것은,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 메말랐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수아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야기했다. “물이 다시 돌아오려면 우리 마음 속의 잃어버린 감정과 기억을 찾아야 해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하나둘씩 지난날의 추억과 아픔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을 열자, 강가에 조용히 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강물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마을에는 웃음과 노래가 돌아왔고, 아이들은 다시 물가에서 뛰놀았다. 물은 단지 자연의 순환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연결된 살아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수아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하며, 강가에 앉아 오늘도 조용히 물소리를 들었다.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