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사건이 한 건씩 기록되었다. 주민들은 이를 ‘살인자의 연감’이라 불렀다. 그 연감은 살인자의 이름, 희생자의 신원, 사건 발생 날짜와 장소, 그리고 범행 수법이 촘촘히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이 연감이 마치 미래를 예언하듯, 아직 벌어지지 않은 사건들까지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형사 ‘민재’는 이 연감을 처음 접했을 때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몇 차례 사건이 연감에 적힌 그대로 발생하자 그는 점점 연감을 추적하는 데 집착하게 되었다. 매년 새로 추가되는 페이지마다 살인자의 잔혹함과 피해자의 사연이 담겨 있었고, 민재는 그 안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기분이었다.
어느 날, 민재는 연감 속 마지막 사건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었다. 연감의 기록은 그가 막을 수 없음을 예고했고, 그 사실에 사로잡힌 민재는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혹시 자신이 연감을 만든 살인자가 아닐까? 혹은 연감이 만든 살인자가 아닐까?
민재는 연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과거 도시에서 벌어진 미해결 사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래된 일기장과 사진, 그리고 한 노인의 증언을 통해 연감의 출처가 다름 아닌 ‘시간을 조작하는 비밀 집단’임을 알게 된다. 그들은 미래를 예언해 공포를 조장하고, 도시를 장악하려 했다.
하지만 연감에 기록된 살인 사건들은 실제로 벌어지지 않으면 그들의 계획이 틀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재는 마지막 사건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날 밤, 그는 연감 속 살인자의 정체와 맞닥뜨린다. 놀랍게도 그 살인자는 바로 그의 ‘미래의 자신’이었다.
민재는 스스로의 운명을 거부하고, 연감의 저주를 끊기 위한 마지막 선택을 한다. 과거와 미래가 뒤엉킨 그 순간, 연감은 불타 사라졌고 도시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하지만 민재는 알았다. 어쩌면 새로운 연감이 어디선가 다시 쓰여지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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