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그림들이 가득했다. 그중 몇 점은 기이하게도, 마치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그 화실을 ‘저주받은 화실’이라 불렀다. “죽은 자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오래된 격언이 있었지만, 그곳에서는 죽은 이가 그린 그림이 발견되곤 했다.

화가였던 ‘준호’는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그 화실을 방문했다. 그는 평범한 화가였지만, 그림에 무언가 특별한 영감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화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벽에 걸린 그림 속 인물들이 은근히 그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듯했다. 준호는 곧 그 화실의 비밀에 빠져들었다.

화실 주인은 준호에게 말했다. “여기선 죽은 자도 그림을 그려. 그들의 영혼이 캔버스 위에 남겨져 있지.” 그는 과거 이곳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고, 피해자들의 영혼이 화실을 떠나지 못한다고 했다. 그 영혼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려 했고, 그것이 바로 ‘살아 움직이는 그림’의 비밀이었다.

준호는 점점 그림 속 영혼들과 소통하게 되었다. 한 소녀, 한 노인, 한 젊은 남자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신들이 왜 죽었는지, 누가 자신들을 해쳤는지 밝히고 싶어 했다. 준호는 그들의 사연을 그림으로 재현하며 진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준호 자신도 그림 속에 갇힐 위기에 처했다. 영혼들은 그의 도움을 바라면서도, 동시에 그를 화실의 일부로 만들려 했다. 준호는 자신의 정체성과 생명을 걸고, 그들을 자유롭게 해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침내 준호는 마지막 붓질을 마쳤다. 그림 속 영혼들은 환한 빛과 함께 사라졌고, 화실은 다시 고요해졌다. 그러나 준호의 손에는 여전히 붉은 페인트가 묻어 있었다. “죽은 자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는 말은, 어쩌면 죽음과 생명 사이에서만 진실해질 수 있는 경계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