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벽이 둥글게 이어져서 끝과 시작이 구분되지 않는, 마치 끝없는 공간 같았다. 처음 그 방에 들어선 이들은 방향 감각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벽이 휘어지는 곳마다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는 그 방에 들어선 순간, 과거의 기억들이 파편처럼 떠올랐다. 어린 시절의 웃음소리, 잃어버린 친구들의 얼굴, 그리고 잊고 싶었던 슬픔까지, 모든 것이 겹쳐지며 끝없이 이어졌다. 방은 그저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심연을 비추는 거울 같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지나와 방은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방 속에서 길을 찾는 것은 곧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었다. 모서리가 없기에 어느 곳에도 완전히 머물 수 없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지나가 벽을 따라 손을 뻗었을 때, 손끝이 이상하게도 차가운 감촉이 아닌 따뜻한 빛으로 변했다. 그것은 방이 스스로 그녀에게 말을 거는 순간이었다. “여기에서 너는 무엇을 찾고 있니?” 방은 묻고 있었다.
지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고 싶어요.” 그 말과 함께 방은 서서히 형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모서리가 없는 공간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조각들을 다시 맞추고 있었다.
마침내, 지나가 방을 나설 때, 그녀는 더 이상 혼란스러운 눈빛이 아니었다. 그 방은 단순한 미로가 아니라, 자신을 완성하는 여정의 시작이었다. 모서리가 없는 방은 끝이 아닌,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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