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출간 이후 큰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 ‘윤재’**의 성장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뇌의 편도체가 작아 감정을 인식하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병리적 조건을 가진 주인공을 통해, ‘감정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번역 출간되며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고, 청소년부터 성인 독자까지 폭넓게 읽히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윤재는 편도체 기능 저하증으로 공포, 분노, 슬픔과 같은 기본적인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그는 어머니와 할머니의 세심한 보호 아래 조용하게 살아가지만, 어느 날 크리스마스 이브에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으로 인해 삶의 균형이 무너집니다. 이 사건은 윤재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며, 이후 그는 스스로 감정을 배우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법을 익혀 나가야만 합니다.

이야기는 윤재가 ‘곤이’라는 반항적인 소년을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곤이는 윤재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인물로, 폭력적이고 감정적이며 상처가 많은 소년입니다. 이 둘은 처음엔 충돌하지만, 서서히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갑니다. 그 과정에서 윤재는 인간의 감정을 조금씩 체험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처럼 『아몬드』는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 감정과 공감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담은 작품입니다.

손원평은 이 소설에서 복잡한 철학적 주제를 매우 담백하고 섬세한 문체로 풀어냅니다. 윤재의 내면 독백은 간결하지만 그 속에는 깊은 질문과 고민이 담겨 있으며, 독자 역시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나에게 감정이 없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폭력과 상실, 소외와 같은 어두운 현실 문제도 과도한 설명 없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문학성과 메시지의 균형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아몬드』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한 소년이 어떻게 인간적인 존재가 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단지 윤재 개인의 성장기라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 속에서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특히 감정이 넘쳐나는 시대에 ‘감정이 없는 주인공’을 등장시켜 공감의 본질을 되묻는 작가의 시선은 신선하고도 강렬합니다.

결론적으로 『아몬드』는 감정과 공감, 성장과 관계에 대한 따뜻하면서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소설입니다. 손원평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동시에,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읽고 생각할 수 있는 문학적 가치를 제시했습니다. 윤재라는 특별한 소년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더 넓고 깊은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게 하는 힘을 지닌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