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곳에는 또 다른 하늘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별빛이 반짝이는 하늘도, 태양이 떠오르는 하늘도 아닌—완전히 뒤바뀐 세계. 위와 아래가 바뀌고, 진실과 거짓이 하나로 섞인, **"거울 바다"**라 불리는 장소였다. 그러나 그곳은 아무도 다다른 적이 없었고, 오직 고대의 노래 속에서만 속삭여졌다.

소년 이레온은 해양 도시 ‘세르넬’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바다 밑의 하늘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미신이라 치부하며, 어른이 될수록 믿음을 버리라고 했다. 그럼에도 이레온은 꿈속에서 거듭 빛나는 하늘이 바다 아래서 자신을 부르고 있는 환영을 보았다. 그는 언젠가 그 목소리를 따라 깊은 심연으로 향하기로 결심한다.

세르넬의 바깥엔 ‘심연의 벽’이라 불리는 검은 수역이 있었다. 그곳은 빛이 닿지 않는 바다로, 그 너머는 아무도 탐사한 적이 없었다. 이레온은 금기를 깨고 낡은 심해선을 훔쳐 그 벽을 넘는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물속에서 그는 이끌리듯이 한 지점을 향하게 되고, 마침내 중력이 무너지는 순간, 그는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목격한다. 바다 아래, 하늘이 있었다.

그곳은 물이 아닌 공기로 가득 찬 공간이었고, 푸른 빛이 모든 것을 감싸고 있었다. 공중엔 섬들이 떠다녔고, 하늘에는 물고기들이 헤엄쳤다. 이레온은 ‘바다의 하늘’에 사는 자들을 만난다. 그들은 잊힌 고대 종족으로, 인간이 잊고 떠난 첫 번째 하늘의 후손들이었다. 그들은 이레온에게 말했다. “너는 균열의 아이, 두 세계를 잇는 자. 우리가 다시 빛을 볼 수 있을지는 너의 선택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