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아’는 빛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하루는 창문을 닫은 방 안에서 시작되어, 아무도 없는 거리 끝에서 끝나는 고요한 무채색의 일상이었다. 스스로를 잊은 채 살아가는 그녀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이 얼마나 오랫동안 외로움이라는 이름의 그림자 속에 있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감각은 무뎌졌고, 시간은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같은 곳에서 맴돌았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아주 미약한 빛 하나가 스며들었다. 지하철 안에서 마주친 낯선 아이의 웃음, 버스 창밖을 스치듯 지나가던 노을빛, 길가에 핀 들꽃 하나. 윤아는 그 순간들을 ‘우연’이라 치부하려 했지만, 그것들은 어딘가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고, 뚜렷하게 기억에 남았다. 마치 그녀를 찾기 위해 세상이 아주 조심스럽게 손을 뻗는 듯했다.
처음엔 빛이 무서웠다. 오랫동안 어둠에 길들여진 윤아는 밝음 속에서 자신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빛은 억지로 그녀를 끌어내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준비될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주었다. 그녀가 다시 울 수 있도록, 다시 숨 쉴 수 있도록. 그 빛은 말없이 곁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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