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하는 작가 오정희의 작품으로, 인간 관계 속에서 깊어지는 불신과 소외, 그리고 시대적 고통을 섬세하게 그려낸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1970년대 한국 사회의 불안한 분위기와 개인들의 내면적 갈등을 배경으로, 인간 사이의 신뢰가 무너진 현실을 냉정하게 탐구한다. 오정희는 특유의 간결하고 정제된 문체로 인간의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서로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불신이 어떻게 인간관계를 왜곡하고 파괴하는지를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외부의 사회적 압력뿐 아니라 내면의 불안과 상처로 인해 타인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결국 고립과 소외를 자초한다. 이러한 상황은 ‘불신시대’라는 제목이 상징하듯, 시대 전체에 만연한 불신의 풍경을 반영한다.

오정희는 일상적인 상황 속에서도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그녀의 문장은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강렬한 여운을 남기며, 독자로 하여금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이 소설은 표면적인 사건보다 인간 내면의 갈등과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둔다.

작품은 개인과 사회가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불신의 악순환을 보여주며, 인간 관계 회복의 어려움과 현대인의 고독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또한 신뢰가 무너진 사회에서 살아가는 개인들의 고통과 절망을 통해, 근대 한국 사회가 겪는 정서적 문제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불신시대는 오정희 문학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인간 심리와 사회 현실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소설은 한국 문학에서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맥락을 밀도 있게 결합한 대표적인 예로, 현대인의 삶과 고독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정희는 이 작품을 통해 불신과 소외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예리하게 분석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시한다. 불신시대는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를 다루며, 독자들에게 인간 관계와 신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