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오래전부터 용의 숨결로 지탱되어 왔다. 태초에 불을 내뿜은 용은 하늘과 땅을 나누고, 바다와 강을 열어 생명을 잉태시켰다. 사람들은 그 숨결을 ‘영원의 불꽃’이라 부르며 경배했고, 왕국의 왕좌는 언제나 용의 축복을 받은 자에게만 허락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 불꽃이 꺼져가고 있었다.

용의 날개는 이미 힘을 잃었고, 거대한 심장은 천천히 멈추려 하고 있었다. 마지막 숨결을 내쉬는 순간, 세상은 다시 혼돈에 잠길 것이라 예언되었다. 신관들은 사원에서 밤낮없이 기도했지만, 하늘은 침묵으로 답할 뿐이었다. 제국의 왕들은 두려움에 떨며 전쟁의 칼날을 갈았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전설이 떠돌기 시작했다. 용이 죽기 전에 단 한 사람을 선택해 마지막 숨결을 나누어 준다는 이야기였다. 그 숨결을 이어받은 자는 세상을 다시 창조하거나, 완전히 멸망시킬 권능을 얻게 될 것이다. 믿지 않는 자들은 허황된 소리라 했지만, 수많은 모험가와 군대가 용의 안식처를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북쪽 설산의 끝자락, 오래된 동굴 안에서 소년 하나가 홀로 서 있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푸른 불꽃이 비치고 있었고,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것처럼 용의 거대한 그림자가 그의 앞에 드리워졌다. 소년은 두려움과 경외 속에서 숨을 삼켰다. 용의 마지막 숨결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세상은 곧 변할 것이다. 왕국의 왕좌, 사원의 예언, 수많은 인간의 탐욕은 이제 한 소년과 죽어가는 용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마지막 숨결이 누구에게 전해지느냐에 따라 세상은 구원받거나 파멸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그날을 새로운 시작이라 기록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