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있었다. 그 아래에서 나는 처음으로 세상이 이렇게 넓고, 동시에 이렇게 고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별빛은 차갑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된 위로처럼 내 어깨에 내려앉아 마음을 감싸 안았다.
사람들은 별빛을 두고 운명을 읽었다. 누군가는 별빛을 통해 미래를 보았고, 또 다른 이는 별빛을 신의 목소리라 여겼다. 하지만 내게 별빛은 그저 약속의 증거였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는, 서로를 잊지 말자는 조용한 다짐이었다.
별빛 아래서 우리는 자주 함께 걸었다. 말없이 걷기만 해도 충분했다. 너의 그림자가 내 그림자에 겹쳐지고, 우리가 하나의 별처럼 이어져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두려움도 닿지 않았다.
그러나 별빛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해가 뜨면 사라지고, 남는 것은 어둠과 침묵뿐이었다. 우리는 언젠가 이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치 밤이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서로를 붙잡았다.
지금도 나는 별빛을 올려다본다. 그 아래서 했던 약속들이 여전히 하늘에 새겨져 있을까. 혹은 그 별빛이 네게도 닿아 같은 하늘을 바라보게 할까. 언젠가 다시 별빛 아래서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그때 나는 말할 것이다. 기다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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