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는 온기가 없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뒤섞이고, 수많은 목소리가 메아리쳤지만, 정작 그 누구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았다. 사람들은 서로를 스쳐 지나가며, 이름 없는 그림자처럼 살아갔다.
한때 이곳은 사랑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연인들이 다리를 건너며 손을 맞잡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거리마다 울려 퍼졌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 모든 것은 사라졌다. 누가 먼저 잃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도시 전체가 사랑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여전히 일하고, 여전히 살아갔지만, 서로를 끌어안지 않았다. 결혼은 계약이 되었고, 가족은 의무가 되었으며, 미소조차 흉내 낼 뿐 진심이 없었다. 도시의 시계탑은 여전히 제 시간을 알렸지만, 그 종소리는 공허하게 메아리칠 뿐이었다.
사랑을 잃은 도시 위로 어김없이 아침이 밝았다. 차가운 태양빛이 거리를 비추었지만, 사람들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소녀는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사랑은 정말 사라진 걸까, 아니면 아직 누군가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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