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4년에 발표된 단편소설로, 일제강점기 도시 하층민의 고단한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 김첨지는 인력거꾼으로, 매일 생계 때문에 고된 노동을 이어가야 하는 인물이다. 이 작품은 제목과는 달리 역설적인 전개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비극적 울림을 준다.

김첨지는 어느 날 아침, 평소와 달리 일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자 스스로를 ‘운수 좋은 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연신 손님을 태우며 돈을 벌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생활의 여유를 잠시나마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 ‘운수 좋음’은 작품 전체의 비극을 더욱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의 아내는 집에서 심한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김첨지는 돈을 벌어 그녀에게 미음을 사주며 희망을 안겨주려 한다. 하지만 현실은 무정하다. 그는 힘겹게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지만,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독자는 김첨지의 노동과 아내의 죽음이 교차하는 아이러니 속에서 씁쓸한 현실을 직면하게 된다.

『운수 좋은 날』은 제목과 내용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당대 도시 빈민의 비극을 더욱 뼈아프게 드러낸다. 주인공에게 찾아온 ‘운수 좋은 날’은 사실 가장 불행한 날이었으며, 이는 빈민의 삶이 구조적 한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한 인물의 불행한 삶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식민지 조선의 사회 구조와 빈곤 문제를 비판적으로 드러낸다. 김첨지의 하루는 곧 당시 하층민 전체의 삶을 대표하며, 이들의 희망 없는 현실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운수 좋은 날』은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짧지만 강렬한 서사와 아이러니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현진건은 이를 통해 개인의 비극을 사회적 문제와 연결시키며, 한국 근대문학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