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에 발표된 이문열의 중편소설로, 권위주의적 사회 구조와 인간 심리를 날카롭게 묘사한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이 어린 시절 경험한 학교 내 권력 구조를 통해 사회 전반의 권력과 통제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는 어린 소년 ‘나’가 전학 온 학교에서 시작된다. 그는 처음에 새로운 환경과 교우관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존 학생회의 권력자인 ‘엄석대’를 마주한다. 엄석대는 학생들을 통제하며, 일종의 독재적 권위를 행사한다.

처음에는 엄석대의 지배 방식이 불합리하게 느껴지지만, 점차 ‘나’는 그 체계 속에 순응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권력 앞에서 쉽게 길들여지고,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포기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품은 권력과 복종의 문제를 학교라는 미시적 공간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낸다. 엄석대의 지배는 폭력적이지 않지만, 은근한 심리적 압박과 공포로 학생들을 통제한다. 이를 통해 소설은 권위주의 사회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마지막에 ‘나’는 성장하여 과거를 회상하지만, 엄석대가 사라진 후에도 그 권위 체계의 잔재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이는 권력 구조가 단순히 개인이 사라진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님을 암시하며,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 심리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단순한 학교 이야기를 넘어, 권위와 복종, 인간 심리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문열은 이를 통해 20세기 한국 사회의 권위주의적 구조를 은유적으로 고발하며, 오늘날에도 사회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