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끊임없이 움직이는데, 그 한복판 어딘가에는 시간조차 멈춘 듯한 도서관이 하나 있다. 지도에도, 건물 목록에도 존재하지 않지만, 길을 잃은 자들만이 우연히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곳을 사람들은 ‘사라진 시간의 도서관’이라 불렀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은, 기억하지 못한 시간 속 자신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소정은 이름 모를 골목 끝에서 그 문을 마주했다. 낡았지만 견고한 나무문, 그리고 문 위에 새겨진 문구. "읽혀지지 않은 기억은, 끝나지 않은 시간이다." 호기심에 이끌려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는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광활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책들이 가득 차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책들엔 제목도, 작가 이름도 없었다.
사서로 보이는 노인은 말했다. “여기에 있는 책은 모두 존재했던 시간이지만, 누군가의 기억에서 지워진 것들이지요. 당신의 책도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소정은 스스로를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왔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이유 없이 공백처럼 느껴졌던 어떤 날들. 감정은 있었지만 설명할 수 없던 기억들. 어쩌면 그녀가 찾던 답이, 이 도서관 어딘가에 있을지도 몰랐다.
그녀는 하루, 이틀, 그리고 며칠 동안 책을 넘겼다. 어떤 책은 낯설었고, 어떤 책은 익숙하게 아팠다. 마침내, 한 권의 책을 펼쳤을 때 그녀는 멈췄다. 책 속의 문장은 마치 그녀가 말하지 못한 생각을 대신 써 놓은 듯했고, 사라졌던 누군가의 얼굴이 문장 속에서 또렷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 순간 깨달았다—이곳은 단순한 지식의 공간이 아닌, ‘기억의 서고’라는 것을.
도서관은 더 이상 낯선 장소가 아니었다. 그것은 사라졌지만 중요한 시간들이 잠든 곳이었고, 사람들은 그 시간을 되찾기 위해 길을 잃어야만 그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떠날 시간이 다가오자, 노인은 조용히 말했다. “이제 당신의 시간은 되찾아졌습니다. 기억하세요. 당신이 읽은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