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모두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었다. 주인공 ‘하은’은 지난 10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둔 말들을 종이에 써내려 가면서도 한 번도 그것들을 부치지 못했다. 어떤 편지는 사랑에 관한 것이었고, 어떤 편지는 용서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 모든 글자들은 결국, 자신 안에만 머물러 있었다.
처음 편지를 쓴 건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그녀는 짝사랑하던 친구에게 마음을 고백하려 했지만 끝내 전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이별한 연인에게 쓰는 편지,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쓰는 편지, 심지어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까지… 그녀의 인생은 보내지 않은 말들로 채워졌다. 매번 “언젠가는 전하겠지”라는 말로 미뤄두었지만, 언젠가는 영원히 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하은은 우연히 오래된 편지들을 다시 꺼내 읽게 되었다. 한 장, 또 한 장, 읽을수록 눈물이 났다. 당시의 감정과 말하지 못한 진심들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 순간, 하은은 깨달았다. 이 편지들은 누군가에게 도착하지 않아도, 이미 자기 자신을 구하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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