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속삭여져 왔다. 왕국의 연대기마다 짧게 기록되어 있었지만, 그 내용은 모호했다. 단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검이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반드시 피의 시대가 시작된다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무서운 신화로 치부했지만, 검은 여전히 깊은 봉인 속에서 깨어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산맥의 골짜기에서 갑작스러운 진동이 울려 퍼졌다. 땅은 갈라지고 봉인의 문이 무너져 내리며 붉은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칼날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숨을 쉬었다. 검에서 새어나오는 기묘한 울음소리는 들을수록 심장을 죄어왔다. 그 순간 봉인을 지키던 수많은 수호자들은 두려움에 무릎을 꿇었다.

전설에 따르면 불멸의 검은 주인을 선택한다. 그러나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였다. 검은 주인의 생명을 갉아먹으며 힘을 부여했고, 결국 그 영혼까지 삼켜버렸다. 한때 세상을 제패했던 영웅들조차 검의 주인이 되자마자 잔혹한 폭군으로 변해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그들의 이름은 역사에서 사라졌지만, 검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붉게 빛나는 칼날 위로 수많은 전사의 피가 겹겹이 스며들어 있었다. 검은 마치 그것을 자랑스럽게 뽐내듯 섬광을 내뿜으며 천공을 찔렀다. 하늘은 검은 구름으로 가려졌고, 천둥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는 마치 세상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라는 신호처럼 들렸다.

그리고 그 순간, 한 소년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는 우연히 봉인의 틈을 넘어 이곳에 도달했지만,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린 듯 검은 그를 응시했다. 주변에 있던 자들은 모두 쓰러졌으나, 오직 소년만이 눈을 감지 않고 칼날을 바라보았다. 불멸의 검이 낮게 속삭였다. “너는 내 주인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