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눈송이가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며 떨어질 때,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세상은 잠시 멈춘 듯했고, 차가운 겨울 속에서도 이상한 따스함이 스며들었다.
마을 어른들은 오래된 전설을 이야기하곤 했다. 첫눈이 내리는 날, 눈 위에서 한 송이 꽃이 피어난다고. 그 꽃은 한 사람의 진심을 깨우고, 잊혀진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동화처럼 웃어넘겼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은밀히 그 꽃을 기다렸다.
눈 내린 들판에 홀로 서 있던 소녀는 갑자기 멈춰 섰다. 그녀의 발치에서 작은 빛이 스며나오더니, 눈 위로 파란 꽃잎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었다. 겨울 한가운데에서 피어난 기적이었다. 소녀는 숨을 고르며 손을 내밀었지만, 꽃은 바람에 흔들리며 쉽게 닿지 않았다.
꽃을 바라보는 순간, 소녀의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던 기억이 깨어났다. 오래전에 잃어버린 약속, 아직 이루지 못한 꿈, 그리고 한 사람의 이름. 첫눈에 피는 꽃은 단순한 전설이 아니라, 그녀에게 다시 살아가야 할 이유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눈은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세상은 하얗게 잠들어 있었지만, 그 한 송이 꽃은 눈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빛처럼 빛났다. 소녀는 조용히 속삭였다. “올해의 첫눈은 나를 위해 내렸구나.” 그리고 그녀의 발걸음은 새로운 이야기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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