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에 발표된 한국 근대 단편소설로, 아름다운 자연 묘사와 인간적 정서를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강원도 봉평의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정적인 분위기는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자연 서경으로 꼽힌다.

작품의 주인공 허생원은 장돌뱅이로, 평생을 장터를 떠돌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젊은 시절 원주의 한 여인과 하룻밤을 보낸 후, 그 기억을 잊지 못하고 살아간다. 떠돌이로서의 삶은 고단하고 외롭지만, 그는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 밤이 되면 그 추억을 떠올리며 위안을 얻는다.

이야기 속에서 허생원은 젊은 장돌뱅이 동이와 동행하게 된다.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허생원은 동이의 출생 이야기를 듣고, 오래전 자신이 만난 여인과의 인연을 떠올린다. 이때 독자는 허생원과 동이가 부자 관계일 가능성을 암시받으며, 작품은 여운을 남긴다.

『메밀꽃 필 무렵』의 가장 큰 특징은 자연과 인간 감정의 긴밀한 연결이다. 메밀꽃이 만개한 밤하늘과 들판은 허생원의 내면 세계와 교차하며, 그의 아련한 추억과 고독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의 감정을 대변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또한 작품은 떠돌이 장돌뱅이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 그리움과 애틋함을 따뜻하게 그린다. 허생원의 삶은 고달프지만, 메밀꽃밭을 배경으로 피어나는 추억은 그의 삶을 아름답게 감싸 안는다.

『메밀꽃 필 무렵』은 단순한 서사가 아닌, 인간 존재의 고독과 자연의 위로를 동시에 담아낸 수작이다. 이효석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단편문학의 서정성을 극대화했으며, 오늘날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한국 문학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