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린 밤, 마을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들은 그 밤을 "공허월의 장막"이라 불렀고, 조용히 촛불을 끄고 숨을 죽인 채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오직 한 사람만이 그 금기를 깼다. 어린 연구자 리나는 오랜 세월 잊힌 기록을 따라 그 밤의 비밀을 밝히려 했다.

리나는 오래된 천문서에서 "공허월"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그 달은 진짜 달이 아니었다. 그것은 수천 년 전부터 지구를 관찰해 온 존재들의 껍데기, 감시의 눈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사실을 믿지 않았다. 오직 리나만이 매년 반복되는 실종 사건과 그 밤의 관계를 알아차렸다.

그날 밤, 리나는 홀로 산속의 폐허로 향했다. 과거에는 천문대였지만 지금은 무너진 돌과 이끼로 덮인 유적에 불과했다. 그녀는 오래된 장비를 조심스럽게 복원했고, 하늘을 향해 정렬된 렌즈를 통해 달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달의 표면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달의 그림자가 찢어지듯 갈라지며, 그 속에서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무형의 존재, 공기와 시간 사이를 흐르는 그림자 같았다. 리나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갑작스럽게 모든 기계가 멈췄고, 주변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폐허의 중심에 있는 낡은 시계탑이 무언가를 알리는 듯 요란하게 울렸다. 공허월이 완전히 열리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단 13분. 리나는 선택해야 했다. 진실을 밝히거나, 영원히 사라지거나.

달빛 아래, 그녀는 마침내 그것을 보았다. 달의 속 껍질 너머, 오래된 기억처럼 남겨진 또 하나의 세계. 그것은 인간이 잊은 과거이자, 곧 다가올 미래였다. 리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공허월의 장막은, 조용히 그녀를 삼켜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