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했다. 단순한 풍랑이나 괴물 때문이 아니었다. 바다 밑, 아무도 닿을 수 없는 심연 아래에는 잊힌 왕국들이 잠들어 있다는 전설 때문이었다. 파도는 단지 그것을 감추는 장막일 뿐, 그 아래에는 수천 년 전 사라진 왕조들이 여전히 숨 쉬고 있다고 했다.
엘라는 해양 연구팀의 일원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해구를 탐사하던 중 예기치 못한 신호를 포착했다. 그것은 단순한 지질 활동도, 고래의 소리도 아니었다. 규칙적이며 구조적인 언어 — 마치 노래처럼 울려 퍼지는 고대의 호출이었다. 엘라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무언가가 그녀를 부르고 있다는 것을.
탐사선은 계획에 없던 깊이까지 내려갔고, 그곳에서 팀은 마침내 보았다. 차가운 어둠 속에 잠든 수정 궁전들, 산호로 이루어진 탑, 그리고 빛도 닿지 않는 곳에서 자체적으로 빛나는 도시. 그것은 전설로만 전해지던 나이레아 왕국의 흔적이었다. 한때 바다를 지배하던 위대한 왕조의 유산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멸망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지 숨었을 뿐이다. 바다 위 인간들의 탐욕과 전쟁을 피해, 자신들만의 시간 속으로 사라졌던 것이다. 엘라가 접근하자, 도시의 중심에 있던 고대 신전의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 안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사람도, 괴물도 아닌, 바다의 피를 이은 후계자였다.
그 존재는 엘라에게 말했다. “우리는 오랜 침묵을 지켰지만, 이제 바다가 깨어나려 한다. 인간은 다시 선택해야 할 것이다. 파괴할 것인가, 혹은 함께할 것인가.” 엘라는 이해했다. 그녀는 단순한 연구자가 아니라, 양 세계 사이의 사자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