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아주 오래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 나무를 "울며 기도하는 나무"라고 불렀다. 매년 비슷한 시기,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새벽이면 그 나무 근처에서 흐느끼는 소리와 누군가의 기도 같은 속삭임이 들려온다는 소문이 돌았다. 겁 많은 사람들은 그 나무가 저주받았다고 말했고, 용감한 이들도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 실체를 알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주인공 ‘지우’는 이 소문에 매료되었다. 그는 어른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느 새벽, 홀로 숲으로 들어갔다. 깊숙한 곳을 헤매다 마침내 문제의 나무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숨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나무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떨고 있었고, 바람 한 점 없는 공기 속에서도 가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로 누군가의 흐느낌과 낮은 기도 소리가 들려왔다.
지우는 두려움을 이기고 나무에 손을 댔다. 그러자 순간 그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기억들이 밀려들어왔다. 수백 년 전, 이 나무는 한 소녀가 매일 기도하던 자리였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며 이 나무 밑에서 눈물로 기도를 올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 남자는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했고, 소녀는 실종된 채 숲에서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이후 나무는 그녀의 혼이 깃든 듯 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우는 자신이 그 슬픔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나무는 단순한 식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슬픔과 그리움을 기억하고, 누군가의 진심을 간직한 존재였다. 그날 이후, 지우는 매일 새벽 그 나무를 찾아갔다. 그는 나무에게 말을 걸고, 기도를 들으며, 마치 소녀의 외로움을 대신 위로해주는 존재가 되어갔다.
시간이 흐르자, 나무에서 들리던 울음소리는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신 잔잔한 바람 소리만이 나무 사이를 스쳤고, 숲은 한결 평화로워졌다.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그 나무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 나무 밑에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지우는 비로소 나무가 오랫동안 지켜온 슬픔이 치유되었음을 느꼈다.
그 후로도 지우는 그 나무를 자주 찾았다. 그는 그 나무 아래서 인생의 고민을 털어놓고, 기도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나무에 새겨갔다. 울며 기도하던 나무는 더 이상 슬픔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이 깃든, 살아 숨 쉬는 시간의 증인이자 조용한 위로가 되어준 존재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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