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작가

열두 살 소녀 ‘라온’은 외딴 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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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오래된 저택에서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부모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고, 그녀는 언제나 외로움과 궁금증 속에서 자라났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의 다락방을 청소하던 라온은 커다란 나무 상자를 발견한다. 상자에는 “천 개의 열쇠”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고, 내부에는 정말로 크기와 형태가 모두 다른 열쇠들이 빼곡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상자 안쪽에는 낡은 쪽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이 열쇠는 누군가의 닫힌 문을 여는 것이다. 열쇠가 너를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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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장난감이라 생각했던 라온은 우연히 마을의 폐허가 된 오래된 정류장 근처에서 손에 쥔 열쇠 하나가 이상하게 반응하는 걸 느낀다. 그 순간, 열쇠가 이끄는 대로 따라간 라온은 낯선 문을 마주하고, 그 열쇠를 넣자 문이 ‘찰칵’ 하고 열렸다. 그 문 너머에는 현실과는 다른, 한 남자의 기억 속 삶이 펼쳐지고 있었다. 전쟁에서 돌아온 후 가족과 멀어진 남자의 후회와 고통, 그리고 닫혀버린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세계였다.

라온은 놀라움과 두려움 속에서도 그 세계 속을 조심스럽게 걷고, 남자의 깊은 상처를 마주한다. 그리고 라온이 진심을 담아 말을 건넬 때마다, 그 공간의 풍경은 조금씩 변해갔다. 결국 문은 스스로 닫혔고, 남자는 눈을 뜬 듯한 표정으로 현실의 삶에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라온은 이 상자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사람들의 닫힌 마음과 잃어버린 기억을 열 수 있는 힘을 지녔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후로 라온은 매일 하나씩 열쇠를 꺼내 들고, 그것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어떤 열쇠는 우울증에 시달리는 소녀의 꿈속 문을 열었고, 어떤 열쇠는 병상에 누워 세상을 떠나는 할머니의 마지막 기억을 함께할 수 있게 해주었다. 열쇠를 통해 들어가는 세계는 모두 달랐고, 그 안엔 각자의 사연, 고통, 그리고 위로받지 못한 마음들이 담겨 있었다. 라온은 그들 곁에서 말없이 함께 걸으며, 마음의 문을 하나하나 열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라온은 상자 안에서 마지막 열쇠를 꺼낸다. 그러나 이번엔 열쇠가 아무 방향으로도 그녀를 이끌지 않았다. 혼란스러워하던 라온은 거울 앞에 섰고, 그제야 깨닫는다. 마지막 열쇠는 자신의 삶을 여는 열쇠였다. 잊혀진 부모, 어린 시절의 상처, 그리고 혼자가 되어버린 이유까지. 그 모든 기억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라온은 처음으로 자신의 문을 마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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