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장화를 신고 다니는 남자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파란 장화 남자’라 불렀다. 평범해 보이지만, 그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 파란 장화를 신으면 미래의 한 장면을 엿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장화를 신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미래의 단편들은 그를 신비로운 존재로 만들었다.

남자의 이름은 ‘준호’였다. 어릴 적부터 이상한 꿈을 꾸곤 했는데, 그 꿈들은 현실에서 일어날 일을 미리 보여주는 예언 같았다. 어느 날 우연히 헌 신발 가게에서 파란 장화를 발견한 후, 그 능력은 더욱 명확해졌다. 장화를 신자마자 미래의 한 장면이 짧게 번쩍이며 떠올랐다. 그 장면들은 때로는 기쁜 일이었고, 때로는 조심해야 할 경고였다.

준호는 이 능력을 조용히 사용했다. 사람들의 부탁을 받고, 작은 미래를 알려주곤 했다. 누군가 길을 건너다 사고가 날 뻔한 순간을 알게 해 구해주기도 하고, 중요한 시험 날짜를 미리 알려주어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미래를 보는 것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때때로 그는 바꿀 수 없는 일들, 슬픈 결말도 마주해야 했다.

어느 날, 준호는 자신의 미래를 보게 되었다. 그는 낯선 장소에서 홀로 서 있었고, 파란 장화가 점점 닳아 없어지는 모습이었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능력은 영원하지 않으며, 자신도 결국 미래의 흐름 속에 묶여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는 더욱 신중하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미래를 지키려 애썼다.

준호는 결국 사람들에게 능력을 모두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필요한 순간에만 조용히 도움을 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지켜나갔다. 그리고 파란 장화를 신고 골목길을 걸으며, 오늘도 먼 미래의 한 조각을 조용히 바라본다.
“미래는 언제나 조금씩 변할 수 있으니까.”

파란 장화 남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시간을 걷는 여행자가 되었다. 미래를 볼 수 있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임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