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진실은 언제나 기록되지 않는다 기록관은 역사와 사건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자지만, 그가 선택한 단어와 문장의 배열 속에는 보이지 않는 의도가 숨겨질 수 있다. 어느 한 시대의 중심에서 기록을 쥔 자는 곧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그가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우느냐에 따라 진실은 다른 얼굴로 변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은 단순한 격언이 아니다. 패배자의 목소리는 페이지 바깥으로 밀려나고, 권력을 지닌 자의 시선으로만 과거가 구성된다. 한때 혁명가였던 이가 반역자로 낙인찍히고, 억울한 죽음은 '불가피한 희생'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된다. 기록관은 이러한 왜곡의 설계자일 수 있다. 침묵과 삭제는 곧 편집의 수단이 된다.

기록관의 거짓말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다. 그것은 체계적이며, 의도된 선택의 결과다. 진실을 묻는 질문은 종종 '검토 불가'라며 폐기되고, 어떤 사건은 아예 기록조차 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진실은 사라진다. 대신 남는 것은 철저하게 계산된 ‘공식의 이야기’뿐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진실이라 믿는다.

그러나 아무리 감추려 해도 진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오래된 문서의 여백, 누락된 인명, 사라진 날짜는 오히려 거짓의 흔적을 남긴다. 누군가는 그 틈을 읽고, 침묵 속에서 외면당한 목소리를 복원하려 한다. 시간이 지나면 기록되지 않은 진실은 오히려 더 큰 울림으로 되돌아온다. 기록관의 거짓말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정보와 기록 속에서 살아간다. 인터넷과 디지털 문서는 모든 것을 저장하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기록은 선택과 배제의 결과물이다. 어떤 이야기는 끝없이 반복되며 증폭되고, 어떤 진실은 단 한 번도 검색되지 않는다. 현대의 기록관은 정부나 기관뿐 아니라, 알고리즘과 편집자, 그리고 우리 각자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