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배경이나 소품이 아니라, 인간과 사회의 내면을 비추는 상징적 존재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국가폭력·전쟁·분단 같은 집단적 트라우마를 다루는 작품일수록 동물 이미지는 상처와 기억, 혹은 인간성의 회복을 은유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우리는 이별하지 않는다』에 등장하는 새 모티프는 그 대표적 예다. 작품 속 새와 깃털, 날갯짓 이미지는 희생자들의 영혼·자유·비가시화된 존재를 상징한다. 날아가려 하지만 갇혀 있거나, 무심히 떨어지는 새의 모습은 폭력과 억압 속에서 사라진 목소리들을 은유하며, 동시에 하늘·자유·기억이라는 초월적 이미지를 열어 준다.

한강을 비롯한 동시대 작가들은 새 외에도 개·고양이·물고기·곤충 같은 다양한 동물을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상황을 비춘다. 예를 들어 개는 충성·보호·억압된 욕망, 고양이는 독립·소외·타자성을, 물고기는 침묵·무력·유영하는 기억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런 동물 이미지는 작품마다 구체적인 역사·인물 상황과 결합해 다르게 변주된다.

동물 상징은 또한 인간과 자연, 인간과 타자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윤리적 질문을 제기한다. 인간이 동물을 대하는 방식이 곧 사회가 약자와 타자를 대하는 방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동물 이미지는 사회비판적·윤리적 함의를 지닌다. 특히 생명권·폭력·돌봄이라는 주제가 이런 상징을 통해 부각된다.

또한 동물은 트라우마와 치유의 과정을 매개하기도 한다. 인물이 동물을 돌보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상처 입은 내면을 회복하고 타자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이때 동물은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치유와 공감의 통로가 된다.

결국 한국 소설에서 동물 상징은 인간과 사회의 내면을 탐구하는 문학적 언어다. 『우리는 이별하지 않는다』의 새 모티프를 비롯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동물 이미지는 폭력과 상처, 자유와 치유를 동시에 담아내며, 독자에게 언어 너머의 감각적·윤리적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