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에 따르면, 하늘을 가로지르는 검은 날개를 지닌 자는 반드시 파멸을 불러온다고 전해졌다. 그 날개는 어둠의 신 ‘노스페르’가 인간들에게 남긴 저주이자, 죽음의 전조였다. 수백 년 동안 아무도 그 날개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하늘을 두려워했고, 검은 깃털 하나만 보여도 성역이 봉쇄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북부의 몰락한 왕국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에일런. 평범해 보였던 그의 등에, 열세 살이 되던 해 검은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경악했고, 그의 가족마저 그를 두려워했다. 결국 에일런은 쫓기듯 숲으로 도망쳐야 했고, 그곳에서 어둠과 외로움 속에 자라났다.

하지만 에일런은 자신이 단순한 저주의 존재가 아님을 깨달았다. 검은 날개에는 파괴뿐 아니라, 시간을 넘어서는 기억과 힘이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날개를 통해 과거의 전쟁, 신들의 몰락, 그리고 진짜 저주의 근원을 보게 된다. ‘노스페르’는 단순한 파멸의 신이 아닌, 배신당한 수호자였고, 인간들의 탐욕이 그를 어둠으로 몰았던 것이다.

에일런은 결심한다. 자신이 받은 이 검은 날개를 저주로 끝내지 않겠다고. 그는 세상을 뒤흔든 옛 신들의 진실을 밝히고, 다시 균형을 세우기 위해 여정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의 존재를 두려워하는 자들은 끊임없이 그를 사냥했고, 심지어 제국은 그를 '재앙의 화신'으로 규정하고 암살자들을 보낸다.

그 여정 속에서 에일런은 자신처럼 '이해받지 못한 자들'과 만나게 된다. 맹인의 예언자, 불꽃을 다루는 도적, 말을 잃은 검객 등. 그들은 모두 세상에 거부당한 이들이었고, 에일런의 날개 아래 모여 하나의 그림자가 되어갔다. 그들은 자신들을 **"그림자의 날개"**라 불렀고, 서서히 세상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결국 에일런은 대륙의 중심, 과거 신들이 쓰러진 '침묵의 제단'에 도달한다. 그곳에서 그는 마지막 진실과 마주한다. 검은 날개는 파괴가 아닌, 진실을 보는 자의 증표였다는 것. 에일런은 하늘 위로 날아올라, 검은 날개를 펼치며 외친다. “이제 나는 저주가 아니다. 나는 세상을 뒤덮은 거짓을 벗기러 왔다.” 그의 날개는 어둠 속에서 빛났고, 세상은 마침내 눈을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