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어둠이 가장 짙은 곳, 버려진 철공소 지하에서 **"도깨비"**가 눈을 떴다.

피범벅이 된 한복 자락, 뿔이 부러진 채 깨어난 그는 자신이 누구였는지도, 왜 여기 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자신을 죽이려 했던 이들의 얼굴만은 또렷했다. 그날 이후, 서울 어딘가에서 붉은 탈을 쓴 도깨비가 복수를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을 해치지 않았다. 대신 부패한 정치인, 조직폭력배, 무당을 사칭한 살인귀 같은 자들만 골라 저승으로 보냈다.
현장엔 항상 붉은 도깨비 탈 하나가 남겨져 있었고, 사람들은 그를 "붉은 도깨비"라 불렀다. 경찰은 사이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지만, SNS에서는 "인간 세상의 벌을 대신 내리는 자"로 불리며 빠르게 신화가 되어갔다.

한편, 국정원 내 특수부서는 오래전 봉인된 **"사라진 도깨비 왕"**의 기록을 추적하고 있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조선 말기 인간을 지키기 위해 같은 도깨비들에게 반기를 든 존재가 있었고, 그는 동료들에게 배신당한 후 인간들에 의해 封印당했다. 분석 결과, 현재의 붉은 도깨비는 그와 동일한 영혼의 파동을 보이고 있었다.

도깨비는 기억을 되찾기 시작한다. 인간과 도깨비의 경계를 넘으려 했던 자신, 그리고 그 때문에 당했던 배신.
그리고 이 세계를 조용히 장악해가는 "백면 도깨비단"—악의에 물든 도깨비들이 인간 세계를 타락시키기 위해 조직한 집단.
붉은 도깨비는 그들에게 한 번 더 도전하기 위해, 오래전 잃었던 무기를 꺼낸다. 이름은 "벼락방망이".
그가 땅을 내리칠 때마다, 오래된 진실이 깨어났다.

서울 하늘 아래, 전설은 다시 시작됐다.
붉은 도깨비는 인간이 아닌 자들에게는 공포였고, 인간에게는 경고였다.
"도깨비는 원래 인간 편이 아니야. 하지만 난 예외야. 너희가 나를 믿는다면—나도 너희를 믿지."
불타는 탈 아래에서 웃는 눈. 그는 여전히 복수 중이었고, 동시에 미래를 구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