않는 것 같았어. 생물학적으로는 분명 뛰고 있었겠지. 하지만 감정은 달랐어. 설레는 일도, 아픈 일도, 기쁜 일도 모두 흐릿해졌고, 그 어떤 감정에도 진심으로 반응하지 못하는 나를 마주했어. 마치 심장이 뛰는 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예전엔 작은 일에도 가슴이 요동쳤지. 너의 이름을 들으면 숨이 가빠졌고, 네가 웃으면 나도 이유 없이 웃었어. 하지만 그 모든 게 멈춘 건, 네가 사라진 그 순간부터였어. 너와 함께 뛰던 내 심장은, 너 없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고요해졌어.
사람들은 말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점점 더 무뎌졌어. 아무 일도 없는 나날들이 반복되고, 감정의 기복조차 사치처럼 느껴지는 날들. 나는 살아 있되,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았어. 그건 진짜 심장이 멈춘 건 아니지만, 그보다 더 고요한 상태였지.
가끔은 억지로라도 두근거림을 찾아보려 했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낯선 장소에 가보고, 오래된 취미를 다시 꺼내보기도 했지. 하지만 모두 다 공허했어. 심장은 다시 뛰지 않았고, 나의 마음은 여전히 어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어. 잊지 못한 게 아니라, 이미 깊이 새겨진 거였어.
그러다 문득 알게 됐어. 내 심장은 멈춘 게 아니라, 쉬고 있었던 거라고. 너무 아파서, 너무 사랑해서, 그 모든 감정을 견디느라 잠시 숨을 멈추고 있었던 거라고. 그리고 언젠가, 다시 뛰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던 거야.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
이제 나는 조심스럽게 마음을 꺼내본다. 아주 작은 떨림이라도 느껴보려고. 아직은 완전히 뛰는 건 아니지만, 분명 이전과는 다른 리듬이 느껴져. 그게 희망일지도 몰라. 나는 언젠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 다시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 순간을 기다리며, 내 심장은 오늘도 조용히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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