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질문이 마음속을 떠나지 않아.
울지도 웃지도 못했던 그날, 너는 어떤 색으로 나를 떠났을까.
그저 회색빛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등을 돌린 너를 보며
나는 무채색의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어.
이별은 빨간색일 거라 생각했어.
뜨겁고, 선명하고, 잊히지 않는 색.
하지만 너의 마지막은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지.
조용했고, 차분했고,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된 것처럼
아무 소리 없이 스며든 짙은 남색 같았어.
그 색은 마음속에 오래도록 가라앉았어, 밤처럼.
내 마음은 너의 이별을 따라 색이 바뀌었어.
처음엔 투명했지. 울어도 티가 안 날 만큼, 아무 감정도 없었으니까.
그러다 점점 검은색이 되었어.
모든 것이 무겁고, 답답하고, 보이지 않는 날들이 이어졌지.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조용히 무너졌어. 소리 없이, 너처럼.
그러다 어느 날, 무심코 하늘을 올려다봤어.
너와 함께 걷던 길목, 그 골목 끝의 저녁노을이 보였어.
그 순간 너의 이별이 붉은 보랏빛이었다는 걸 알았어.
지는 해처럼 아름답고, 아프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되는 색.
완전히 사라지지 않지만, 결국은 어둠을 품고 사라지는 색.
너의 이별은 결국 하나의 색이 아니었어.
시간에 따라, 내 마음에 따라 그 색은 계속 변했어.
그래서 아마, 이별이란 감정은 단순한 한 가지 색으로 설명할 수 없는 건가 봐.
그건 스펙트럼 같아.
너를 사랑했던 모든 감정이 녹아 있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색의 조각들.
지금의 나는, 너의 이별을 연한 파스텔톤으로 기억하려 해.
완전히 흐려졌지만 아직은 남아 있는 색.
그 색은 아프지 않고, 다정하지도 않지만, 이제는 나를 울리지도 않아.
시간이 흘러서야 알게 됐어.
이별의 색은 결국, 내가 어떻게 기억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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